저체온증에 대해서

저체온증에 대해서

 

저체온증은 임상적으로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인체의 열생산이 감소되거나 열소실이 증가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초래되며, 저체온증은 갑자기 생기거나 점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혈액 순환과 호흡, 신경계의 기능이 느려진다.여름에도 에어컨을 지나치게 틀면 이 병에 걸릴 수 있다.

 

저체온증의 원인

 

물은 체온을 빼앗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저체온증에 걸릴 때가 있다. 단순한 예로 몸의 물기를 잘 안 닦고 목욕탕에서 나왔을 때를 들 수 있다. 수영장 등에서 보이는 응급 조치 표지판이나 체온 데우라고 있는 사우나 같은 것이 그래서 존재하는 것. 야외 수영장이나 일부 워터 파크 등의 물놀이 시설에서 중간 중간 사람들을 내보내고 약 10여분 가량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저체온증 예방을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강을 헤엄쳐서 건너거나 할 경우에는 옷이 물에 젖지 않게끔 하거나, 옷 입은 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 물에서 나오자마자 옷을 벗고 몸의 물기를 잘 말린 뒤 다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불을 피워 젖은 옷을 말려 입어야 저체온증을 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산에서 죽는 경우 실족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저체온증이고, 물가에서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든지 헤엄을 잘 쳐서 운 좋게 즉시 익사를 피하더라도 제때 구조를 받지 못하면 표류 중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 의외로 사막에서도 저체온증으로 사상자가 발생한다. 사막은 일교차가 매우 커서 해가 진 뒤에는 섭씨 0도에 가깝게 기온이 떨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한낮의 더위만 생각하고 방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저체온증의 증상

 

저체온증은 심부 온도에 따라 크게 경증, 중등도, 중증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경증(경한)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33~35℃인 경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기모근) 수축 현상이 일어난다. 피부 혈관이 수축하여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띠게 된다. 기면 상태에 빠지거나 자꾸 잠을 자려고 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기도 한다. 중심을 잘 못 잡고 쓰러지거나 외부의 자극에도 무반응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중등도의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29~32℃의 경우를 말하며, 의식 상태가 더욱 나빠져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근육 떨림은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심부체온이 28℃ 이하가 되면 중증의 저체온증 상태가 되어 심실 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유발되어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정상적인 각막 반사나 통증 반사 등이 소실된다.

체력 및 정신력이 남아있는 동안은 인체는 근육을 움직여 어떻게든 체온을 높여보려 노력하는데 이게 바로 벌벌 떠는 현상이다. 이후에는 뇌간에서 신진대사 기능을 하나씩 꺼가면서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분투하게 된다. 허나, 체력이 다하여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없거나, 잠이 들거나 하여 정신줄이 놓이면, 체력이 바닥나기도 전에 체온 조절 능력을 상실하여 죽을 수 있다. 특히 술을 먹고 잠들면 자율신경 능력이 저하되어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저체온 자체로도 문제지만 체온이 떨어지면 근육은 자꾸 경련을 일으켜 열을 발생시키려 하는 한편, 말초혈관은 수축하여 열을 보존하려 한다. 문제는 뇌혈관과 관상동맥이 말초혈관과 같은 기전으로 수축한다는 것. 근육과 지방세포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늘어나는데 뇌와 심장은 혈류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때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버리거나, 좁아져있던 관상동맥이 막히면 바로 심정지가 온다. 실제로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음에도 사망할 수 있다. 대부분 동사하는 경우는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많으므로 그대로 사망에 이른다.

저체온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떨림이 사라지고, 20%~50%의 사람에게는 추운데도 옷을 벗어버리려는 행동이 나타난다. Paradoxical undressing(이상 탈의)이라고 하며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위로 인해 뇌간이 망가져 이상명령을 내린다는 설과, 혈관을 수축시키고 있던 근육들이 완전히 지쳐 이완하면서 갑자기 혈류랑이 늘어나(=열이 방출됨) 더위를 느낀다는 설이 존재한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 환자에겐 이미 정상적인 판단력 따윈 없어진 뒤이다. 그리고 얼어죽기 직전에는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Terminal burrowing이라는 본능적인 행동을 한다. 동면에 드는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양상이고, 죽기 일보 직전인 인체에 뇌간이 내리는 최후통첩이다.

 

저체온증에 대한 대처법

 

체온이 낮아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체온을 정상 체온으로 복구만 시켜줘도 증상은 호전된다. 마른 옷을 입히고 따뜻한 곳으로 옮기거나, 난로 같은 것으로 온도를 올려주거나, 아직 의식이 남아 있다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단 여름철에 물에 오래 들어가 있었던 정도의 저체온증이라면 쉽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만, 한겨울이나 극지방, 고산 지대 같은 한랭 지대에서 이게 발생한다면 높은 확률로 동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등산 중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하는 등의 이유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저체온증이 겹치면 더욱 위험하다.

질병의 경과는 대부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한 중등도 이하의 저체온증은 대부분 특별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완전히 회복된다. 중증 저체온증의 경우에는 50% 이상의 사망률이 보고된 바 있다.

합병증은 의식 저하에 따른 흡인성 폐렴이나 동상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중증 이상의 저체온증의 경우 재가온 요법을 이용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