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에 대하여

인플루엔자에 대하여

 

인플루엔자(Influenza) 또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증(Influenza viruses disease)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이 특징이다.

사람이 주로 걸리는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이나 B형이다. 인플루엔자는 명백한 인류의 주적이자 끈질긴 동반자로서, 지금까지 존재해 온 그 어떤 질병보다도 인류를 오랜 시간 괴롭혀 온 전염병 중 하나이다. 천연두, 소아마비 같은 것들조차도 결국 격파되었지만, 인플루엔자는 지금도 대량의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연례 행사로 일으켜 오고 있다.

2020년, 높은 무증상 비율,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증세 악화 가능성 등의 예측 불가능함으로 인류를 괴롭히는 코로나19가 등장하였지만 그마저도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인플루엔자의 악명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바이러스가 코, 목, 폐로 침입하는 것이 주 경로이다. 재채기 등으로 비말이 눈에 들어가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빌 경우에도 감염 가능하다. 각막 및 결막 자체도 인플루엔자 감염 가능성이 있으며, 누관을 통해 바이러스가 코와 상기도로 흘러가 감염될 수도 있다.

대중적으로는 ‘독한 감기’라는 의미의 독감(毒感)이란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플루엔자를 흔히 감기로 표현되는 질병과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여 학술적 ‘독감’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대중성과 정확성 모두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독감과 영어 명칭인 플루, 인플루엔자란 표현이 섞어 쓰이고 있다. 이렇게 섞어 사용하는 것 때문에 약간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인플루엔자와 독감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인플루엔자를 ‘급성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는 고전적인 한자어로서의 ‘감기(感氣)’로 보고 독감이라 부르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감기라는 단어는 이미 급성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는 의미의 일반 명사에서 라이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커먼 콜드(common cold)’를 뜻하는 가벼운 질병의 고유명사가 됐기 때문에 그 위험성의 차이로 ‘단순 감기’와 ‘인플루엔자’를 구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즉, 최근 대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19도 분류상으로는 독감이 아니라 그낭 감기다.

이 ‘독감’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감기는 그저 몸 따뜻하게 하고 밥 잘 먹으면 나으니 독감도 매한가지 아닌가?’ 라는 안일한 인식이 퍼져 독감 예방 접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감은 절대 가볍게 여길 질병이 아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그 자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한 합병증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감기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한 질병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한 해에도 무수히 많다. 백신과 타미플루라는 표적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년 최소 수만에서 최대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한다.

대중이 인플루엔자를 ‘조금 심한 감기’로 오인함으로써 전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치료 시기에 늦는 경우가 종종 있다. 뉴스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나 공공장소에서 인플루엔자 증상이 (특히 학교, 직장 내에서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시기에 눈에 띄게 조퇴율이 증가한다.) 자주 보일 때 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인플루엔자에 걸려도 그냥 단순 감기라고 여기고 가정 내에서 컵이나 그릇을 공용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으니,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개인 용품을 사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여야 한다.

 

인플루엔자의 증상

 

증상 자체는 기침, 인후통, 콧물, 가래 등 일반적인 감기에서도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증상이지만, 그 정도가 훨씬 심하거나 오래가며 그 외에도 두통, 땀, 오한, 38.5도 이상의 고열, 현기증, 전신 통증, 식욕 부진, 소화 불량, 후각과 미각의 이상 등이 나타난다. 또한 호흡기 증상, 구토나 설사도 일어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체적인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나 그 강도와 기간이 엄청나다.

인플루엔자를 일반적인 감기처럼 보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중환자실에 실려가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한동안은 큰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편두통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두통과 함께 전신에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고 기침을 많이 하게 되면서 목구멍과 복근도 끊어질 듯 아프다. 또한 평소 통상의 감기나 뇌수막염 등으로 40도 이상의 고열을 경험해본 사람도 인플루엔자에 의한 고열은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을 준다.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감기에 좀 걸려도 약 먹고 버티면서 일상 활동을 하는 것이 되지만, 인플루엔자는 제대로 걸렸다 하면 그런 거 없다. 젊은 사람들도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정말 KO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못한다. 심지어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갔더니 인플루엔자로 확진 받으면 납득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이 존재한다. 돌파감염도 많이 존재하는데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증이라면 백신의 면역 작용이 어느 정도 작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면 컨디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완치되어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데 1주-2주 정도 봐줘야 한다.

신체가 건강하여 면역력이 정상인 경우 증상만 앓고 난 후 대부분 자연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폐렴, 중이염 등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임산부, 영유아,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질환자는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H5 유형이 H1 유형보다 질환의 악화가 느린 대신, 증상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H5 계열 플루는 고병원성이 특징이다. 반면, H1 계열은 스페인 독감을 제외하면 치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 H1 계열 플루의 문제는 전염성. H1 플루는 한 번 발생하면 전 세계로 퍼지는 데 3일이면 충분하다. H5 계열은 범유행전염병으로는 잘 안 번지고 국지적 감염을 일으킨다. H5 플루의 문제는 살상력이 천연두, 아니 그것보다 더한 미친놈이라는 것이다. H5N1 기준 치명률 60%에 달한다. H5 계열 플루 중 가장 낮은 치명률을 보이는 질병이 치명률 10% 정도이다.

H5 계열은 유감스럽게도, 백신으로 예방이 잘 안 먹힌다. H5 계열 플루에 대한 백신을 맞아도 H5 플루는 잘만 걸린다. H1 플루 역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지만 H1 계열은 타미플루를 먹으면 쉽게 낫는다. 문제는 H5는 때때로 타미플루도 잘 안 먹히는, 타미플루 내성 괴물 바이러스들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가끔 H6 계열(예: H6N1, H6N2)이나 H8 계열(예: H8N3. 2016년 독일에서 유행했다.)이 대유행을 하기도 한다. H6나 H8 계열의 플루는 전염성이 H1 계열보다는 약하나 H5 계열에 비해서는 몇 배나 세다. 그러나 증상은 H5보다 약하다. 즉 중간 정도의 바이러스다. 문제는 H6/H8은 인류한테 유행한 적이 많지 않아, 항원이 거의 없어서 걸렸을 때 대처가 늦으면 죽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쪽은 백신도 없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H1, H3 계열만 제조하고 있다.

 

인플루엔자의 위험성

 

인플루엔자는 너무나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존재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험치가 누적되어 있을 정도이며, 과학/기술적 이해 수준도 잘 발달해서 인류에게 있어 인플루엔자 보다 잘 이해된 질병이 없을 정도이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로 인해 주기적으로 백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빼면 별다른 변칙적 특성이 전혀 없는 질병이다. 얼마나 뻔한지 매년 통계적 분석으로 그 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종류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고 그에 기반해 예방 접종을 매년 갱신하고 있을 만큼 인플루엔자는 인류에게 너무나 익숙한 질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매 년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연례 행사로 찍어내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이기에 매번 변화하며, 전염성이 뛰어나고 인체 전체를 골고루 패는 돌직구식 증상으로 치명성을 보인다는 이 세 가지 특성만으로,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죽이며 번성하고 있다.

악명 높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나, 에볼라 출혈열, 홍역도 인플루엔자보다는 실질적 위험성이 낮다. 홍역은 공기 전파로 감염될 수 있는 무서운 전염성을 갖추고 있으나 백신으로 거의 박멸되다시피 했고, HIV나 에볼라는 높은 위험성을 가졌고 치료도 어렵긴 하나 전염성 자체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인플루엔자를 뛰어넘는 전염성과 치명률을 가진 전염병 중에는 코로나 19의 경우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너무나 익숙한 병이기에 바이러스성 질병 중에선 드물게 백신도 있고, 특효약 수준의 치료제도 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인류의 대 전염병 최강 대책이 모두 등장했는데도 인플루엔자를 극복하지 못해 매년 10억여 명이 감염되어 그중 30 ~ 50만 명이 사망하며, 보너스로 인간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가축들도 죽어나가고 있다.

독감이란 이름 때문에 좀 심한 감기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위에서도 썼듯이 일반적인 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류 역사상 단일 질병으로는 천연두를 제외하면 인플루엔자보다 많은 이를 죽인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연두는 박멸되었지만 인플루엔자는 엔데믹(영원한 준 팬데믹)이기 때문에, 이대로 사망자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고 유지된다면 50년 내로 천연두 누적 사망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루엔자에 비교될 만한 역병이 나왔다는 말이 있으나 코로나19는 잠복기 전염성(무증상 전염성), 강력한 변칙성이라는 정석적 대응이 불가능한 특성 덕에 지구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었던 반면, 인플루엔자는 그런 거 없이도 인류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았다.

인플루엔자 최고의 무기는 바이러스 중 최고 수준의 전염성과 인간들의 대처를 무효로 만들어 버리는 빠른 변이, 그리고 사람들의 인플루엔자에 대한 익숙함이다. 숙주의 기침 몇 번으로 비말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명은 우습게 감염시키고, 수백 종의 변종들이 매년 돌아가며 찾아오기 때문에 백신을 매번 새로 만들고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방어하지 못하게 한다. 최고의 치사율을 가진 건 아니지만, 결코 무시하긴 어려운 치사율에 극강의 전염성이 더해진 것이 인플루엔자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질병에 대한 이미지와 익숙함. 보통 걸려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약 좀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하기에 안일하게 대처하게 된다. ‘걸리면 약 좀 먹고 쉬지’하는 생각에 예방을 등한시하며,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괜찮아지면 여전히 바이러스 섞인 타액을 기침을 통해 사방팔방 퍼트리는데도 불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특정 종이 유행하는 게 아니라면 의외로 치사율도 낮고 매년 연례 행사처럼 찾아오기에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죽는데도 크게 신경쓰는 일반인은 없다. 반면 COVID-19의 경우 특유의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을 동반하는 덕분에 크게 위협이 되어 전 세계가 공중 보건에 힘쓰게 만들었고, 치사율은 50% 정도를 넘나들면서도 전염성은 미친 듯이 강한 정신나간 바이러스인 천연두가 인간에게 어그로를 끌다가 어떠한 말로를 맞이하였는지 보자. 물론 인플루엔자 친구들 중엔 치사율이 너무 높은 나머지 즉시 때려잡힌 애들도 있다.

전설적인 펜데믹을 일으킨 스페인 독감의 경우도 치사율은 통계치마다 다르지만 평균 5%정도. 타미플루는커녕 항생제도 없던 시절에 의외로 낮은 수치이다. 그런데 어떻게 수천만 명을 죽였냐 하면 단순히 5억 명가량을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치사율이 아닌 단순 감염 속도로만 보자면 보건에 대한 의식이나 의료 기술이 딸려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때 공중 보건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나라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마스크 미착용자는 대중 교통 이용을 금지시키는 등 놀랍게도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의 대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현대의 대응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기에 그나마 코로나 펜데믹을 이 정도로 막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요지는 오히려 스페인 독감 종식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독감일지도 모르는) 감기 증상이 있어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훨씬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보건 의식이 퇴보했다가 새로운 펜데믹으로 인해 다시 인식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는 이러한 인간의 헛점에 파고들어 매년 성행할 수 있는 것.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공중 보건의 질이 매우 향상되자 오히려 독감이 힘을 못 쓰는 상황도 발생했다. 백신 잘 맞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만 잘해도 예방이 되는 확실한 대처법이 존재함에도 미국에서 매년 수십만 명이 걸리는 것을 보면 인플루엔자에 대한 안일함과 익숙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다수의 악명 높은 질병들이 예방 접종의 철퇴를 맞는 동시에 생활/위생/의료 수준 향상으로 더는 설치지 못하게 되었는데 오로지 인플루엔자만이 지구 전체에서 상시적으로 유행하며 인류를 괴롭힌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때 다른 바이러스는 모르겠지만 인플루엔자만큼은 우주로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저항력이 발달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 또한 발전(표면 항원을 크게 혹은 작게 바꿔)하였기 때문에 ‘주기적 전염병’으로 자리잡은 결과 미국에선 총 인구의 최소 5% 내지 최대 20%가 매년 인플루엔자에 시달리며, 20만 여 명이 인플루엔자로 입원한다. 좀 강력한 바이러스가 돌았을 경우 최대 5만 명까지 죽어나간다.

더 골때리는 점은 인류만 괴롭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매년 조류독감/돼지독감이 돌아서 살처분 한다는 뉴스를 들어왔을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조류와 포유류를 폭넓게 감염시킨다. 오리, 닭, 돼지 등 흔한 가축 뿐만 아니라 말과 같이 무지막지하게 비싼 동물들도 포함해 인류가 길들인 거의 모든 것을 감염시켜 폐사시킨다.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감염 지역의 가축을 모조리 살처분하도록 강요받게 되고 이는 곧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1개의 DNA나 RNA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자세하게 파고 들어가면 캡시드 안에 7~9개 정도의 RNA가 분절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RNA가 돌연변이 확률을 증가시키게 된다. 거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른 타입의 RNA까지 캡슐링한다. 만약 한 돼지에게 두 타입의 인플루엔자를 감염시키게 되면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돌연변이 형태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보다 상당히 빠른 주기의 돌연변이를 진행한다.

일단은 종간 장벽 때문에 특정 동물들을 대상으로만 유행하지만, RNA 바이러스 특유의 잦은 변이로 인해 조류 ↔ 돼지 ↔ 인간사이를 옮겨다니다가 언젠가는 면역 체계를 잘 회피하면서, 감염 속도도 빠르고, 전파도 빠르며, 증상도 치명적인 놈들이 생기므로, 결국 주기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유행이 일어난다. 골치아픈 건 최종적으로 인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들이 90% 이상이라는 점이며 인수 공통 질환으로 각성하기까지 한다.

 

인플루엔자와 백신

 

인플루엔자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가 잦으므로 백신을 만들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인류의 끝없는 인플루엔자 예방 노력 덕에 어느 정도의 대책이 마련되어 지금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으로 발전했다. 계절성 독감 접종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매년 제조하는 백신이 바뀐다.

인플루엔자의 유형 분류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인플루엔자의 표면 단백질을 기준으로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인플루엔자의 표면 단백질중 HA란 놈을 골라 달라붙는 항체의 생성을 유도하는데, 이 HA란 놈은 세포막의 표면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데 쓰이는 놈이며 침투 후 인플루엔자의 RNA를 방출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는 경우, HA에 항체들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아무 일도 못 하는 잉여로 만들어 바이러스가 세포들을 건들고 다니지 못하게 억제하게 된다.

이 표면단백질에 따라 바이러스 유형을 분류하여 매 유행마다 쌓여온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어느 유형의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릴지 꼽아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독감백신이 매년 바뀌는 이유가 이것이다.

다만 A형 바이러스 유형만 해도 총 198개가 존재하며, 인플루엔자 백신 양산을 위해선 늦어도 6월엔 양산을 시작해야 하므로 사실상 3월까지 그 많은 유형 중에서 3개를 골라서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지라 예상에 한계가 있다. 또한 예상이 맞더라도 3가지 종류에 포함시키지 않은 다른 놈도 기승을 부려 허탕치는 일도 허다하다.

현대 인플루엔자 백신은 H1, H5, H7 계열 인플루엔자 A 백신만 나온다. H1 > H5 > H7 순으로 유행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H6, H8, H2, H3(유행빈도 순) 등 다른 종류의 인플루엔자가 드물게 유행하는데, 드물게 유행하는 이놈들이 대유행하면 백신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물론 아예 신종이 새롭게 등장하고 인류의 주적다운 위험성 때문에 백신 방법에 제약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기 때문에 인류의 소중한 목숨을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방 접종은 개인의 목숨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타인의 목숨을 지켜주기도 한다.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이 접종되어 있으면 집단 면역이 성립하여 질병이 퍼지게 되지 않게 되는데, 예방 접종의 궁극적인 의미가 바로 이 집단 면역의 생성에 있다. 그리고 집단 면역은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호할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대체 백신이 있다면 그거라도 접종 받겠지만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인플루엔자는 사람만 괴롭히는 게 아니다. 위에 서술했듯이 다른 동물들도 얄짤 없다. 인간이 인플루엔자에 마구 걸리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동물들도 덤으로 걸려서 고통받는다. 그리고 인간들에서 동물로 넘어갔던 인플루엔자는 결국 다시 인간을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로 변이하여 (그것도 더 강력해진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여기엔 동물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돈이 걸려있다. 인플루엔자가 사람-가축 사이에 계속 돌고 돈 끝에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들의 보건 당국이 종종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예방 접종 홍보 포스터에 걸어넣고 무료 접종을 하는 경우도 꽤 많으니 말 다했다.

참고로 만성 호흡기 질환자나 5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H5형이 아닌 미미한 증상의 인플루엔자라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위험군이 아닌 40대 이하의 건강한 성인은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걸리면 굉장히 고생하게 되므로 매년 잊지 말고 예방 접종을 받도록 하자.

치료된 후에 늦게라도 예방 접종이 필요한 이유는 인플루엔자를 유발하는 인자가 A형과 B형 등으로 크게 나뉘고, 개별 인플루엔자의 원인 바이러스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나온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과 의료진들 역시 “독감을 앓았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은 고위험군은 나머지 3개의 바이러스에 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 시라도 운 없게 항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거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백신 주사 후 다른 종류의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가볍게 앓거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 인플루엔자 감염증에 2~3번 이상 자주 걸리는 사람들의 경우 뒤늦게라도 예방 접종을 받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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