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병에 대하여

윌슨병에 대하여

 

체내의 구리의 물질 대사에 장애가 생겨, 간, 뇌, 안구, 신장 등의 기관에 구리가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의 유전병을 뜻한다.

13번 염색체에 있는 ATP7B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구리를 간에서 담즙과 세룰로플라즈민이라는 단백질로 배출시키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구리는 간세포 안에 축적되어 세포를 괴사시키게 된다. 세포가 괴사하면서 축적된 구리는 혈장으로 배출되게 되어 신장, 각막 및 뇌에 전달되고 축적되면서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단,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5살에서 35살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대사성 유전질환이며,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보통 3만 명당 1명 꼴이다. 보인자를 보유한 사람은 전 인구의 약 1%로, 흔한 유전병이다.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여 영국은 5만 명당 1명 꼴이지만, 중국 및 일본의 경우 1만 명당 1명 꼴이며 2008년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발병률은 약 30,778명당 1명이고 보인자 수는 88명당 1명꼴이다.

치료받지 않으면, 평균수명은 40세 정도이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정상인과 같은 수준의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윌슨병 환자가 주로 사망하는 원인은 축적된 구리로 인한 전격성 간염과 악화된 간경변이 대표적이다.

의외로 많은 윌슨병 환자들이 최종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꽤 긴 시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수년 뒤에야 확진 판정이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정특례제도상 희귀병으로 지정되어 있으며(코드 V119), 때문에 국가에서 90%의 치료비를 지원해준다. 요즘은 아예 태아가 윌슨병에 대해 보인자인지 발현자인지에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키트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대사성 유전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혈액검사에서 하는 보편적인 전해질 검사 항목 중 구리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

정말 드물지만 스스로 돌연변이가 우연히 발생했는데 그게 하필 윌슨병 유전자에 발생해 윌슨병이 일어나는 ‘산발성 윌슨병'(Sporadic Wilson’s disease)도 있다. 이건 매우 희귀한 경우.

 

윌슨병의 증상

 

15세를 기준으로 1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간질환이 많고, 15세 이후에 나타난다면 신경질환이 많다. 대표적인 증상들은 다음과 같으며, 증상의 스펙트럼이 예상외로 매우 넓음을 알 수 있다.
  • 간계열: 무증상 간비대, 비장비대, 만성적인 높은 간수치(AST/ALT), 지방간, 간염, 유사 자가면역간염, 간경변, 급성 간부전, 간문맥압항진증, 만성 피로, 식욕부진, 복통, 황달 등
  • 신경계열: 운동장애(떨림, 불수의적 움직임), 침흘림, 구음장애, 강직성 근육긴장이상, 거짓마비(pseudobulbar palsy), 자율신경계 이상, 편두통, 수면 장애, 발작, 근육의 쥐 등
  • 정신계열: 우울증, 신경과성 행동, 성격 변화, 정신병 등
  • 기타: 카이저-플라이셔 고리(밑에 자세히 설명), 초승달 모양의 손톱, 아미노산뇨, 단백뇨, 신석회증, 골다공증, 관절염, 심근병증, 부정맥, 췌장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불임, 유산, 금속맛(metallic taste) 등
  • 드물게: 말초신경병증(주로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불타는 발 증후군(수족열증), 주간졸림증(hypersomnia) 등

또한 구리가 각막에 축적되면서, Kayser-Fleischer Ring(카이저-플라이셔 고리; 줄여서 K-F 고리)이라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데세메트막에서부터 구리가 축적되어 각막과 공막의 경계부(림버스; limbus)에 특징적인 색깔의 막이 보여지는 증상이다. 처음에는 12시 방향에 막이 초승달처럼 생기기 시작하고, 침착되는 양이 많아지면 6시 방향에 추가로 생기며 더 많아지면 완전히 림버스를 원으로 감싸게 된다. 이 색깔은 보통 다음에 제시된 색깔 중 하나로 나타난다. 신경성 윌슨병 환자의 70% 이상이 눈에 이 고리가 보이고, 간질환성이라면 30~60%가 보인다. 가끔 무증상 상태에서 초기 증상이 이거인 경우도 있다.
  • 흔히 황록색(greenish yellow), 금색(golden yellow), 암녹색~암녹갈색(dark green~greenish brown), 회색~회갈색(grey~grey brown)
  • 때로는: 루비색(ruby red), 밝은 녹색(bright green) 또는 군청색(ultramarine), 암갈색(dark brown)

가끔씩 정상적인 경우인 보통의 각막테두리 고리(limbal ring; “림벌 링”)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구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정상적인 각막테두리 고리: 고리의 두께가 360도의 어느 방향이든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다. 그리고 종종 홍채 특유의 종주근 조직이 각막테두리 고리까지 뻗어있는 경우도 많다. 또한 “Vogt의 울타리”라 불리는 줄기세포 구조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12시 방향과 6시 방향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사람마다 고리의 두께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아예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매우 선명한 색깔로 보이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흔히 매력포인트 중 하나로 본다.
  • 노인환(arcus senilis): 콜레스테롤이 침착돼서 생기는 것으로 보통 60세 이상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흔히 보인다. 하얀색 또는 회색의 고리가 공막과 각막의 경계부 내부에서 생긴다. 또한 각막 테두리와 약간의 간격을 가지는 “Vogt의 밝은 간격선”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보인다면 정상인 경우이지만, 젊은 사람인데 노인환이 보인다면 그건 고지혈증, 특히 유전성 고지혈증이므로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자. 여기까지는 각막과 공막의 경계선이 전체적인 두께의 차이가 일부 있어도 뚜렷이 나타난다.
  • 그냥 플라이셔 고리(Fleischer ring): 이건 철의 축적으로 인해 생긴다. 그리고 고리가 생기는 위치가 각막 테두리가 아닌, 각막 안쪽에 엷게 생긴다. 주로 원추각막(Keratoconus)일 때 보이는 특징적인 증상이다. 황색에서 암갈색을 띤다. 카이저-플라이셔 고리와 제일 많이 헷갈리는 것 중 하나이다. 심지어 의사들도 가끔씩 헷갈릴 정도. 이것은 원추각막을 치료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 카이저-플라이셔 고리(Kayser-Fleischer ring): 막이 데세메트막에서부터 생기므로 림버스 위에 바로 생긴다. 이후 각막테두리고리의 일부 또는 전체를 덮어버린다. 빛을 비추었을때 그 특유의 금속 질감이 보인다. 특히 초기일 때에는 각막테두리고리의 겉보기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부분이 생기게 된다. 생기는 순서는 12시 방향 초승달->6시 방향 초승달->전체 고리이다. 또한 얇은 두께의 limbus 선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특히 초기에 생기는 카이저-플라이셔 고리는 오직 세극등 검사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맨눈으로 봤을 때 카이저-플라이셔 고리가 단번에 보인다면 그건 이미 윌슨병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뜻이므로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자.

정리하면, 주로 많이 나타나는건 간질환계열 또는 신경질환계열이지만, 워낙에 증상의 스펙트럼이 드럽게 넓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증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발저림과 발에 땀이 나는 ‘불타는 발 증후군’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알고보니 윌슨병이어서 사례보고된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인후통, 두통, 근육통을 보인 이후 결국 전격성 간염으로 악화되어 사망한 13세 어린이의 부검 결과 윌슨병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 또 낮에 졸림이 매우 심한 주간졸림증에 시달려서 병원에 갔는데 그게 윌슨병이었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넓은 증상 스펙트럼이 오진을 해서 최종적으로 윌슨병 진단을 받기까지 지연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윌슨병의 치료

 

위의 여러 진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윌슨병으로 진단되면, 먼저 D-페니실라민(d-penicillamine)을 통해 체내에 있는 과도한 양의 구리를 배출시키고, 축적된 구리를 해독시키게 된다. 또한 이때, 아연(zinc)도 투여하게 되는데, 아연은 구리의 신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구리의 수치를 낮출수 있게 된다. 그 후 꾸준히 체내 혈청 구리와 세룰로플라즈민 수치 및 소변의 구리농도를 측정해 병의 차도를 모니터링해야한다. 여기서 아연은 주로 아세트산아연(zinc acetate) 형태로 처방된다(Galzin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페니실라민은 비타민 B6(피리독신)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매일 25mg의 피리독신을 추가로 보충해야한다.

만약, D-페니실라민에 대해 부작용이 있을 경우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트리엔틴(trientine)으로 바꿔서 치료를 하게 된다. 이는 페니실라민의 부작용 발생률이 20~30%로 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페니실라민의 부작용으로는 미각 상실이나 미각 이상, 구토, 설사, 간독성, 신경병증,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 감소 등이 있다.

약은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하며, 증상이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호전되었다고 하여 절대 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1~2년 이내에 간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온다. 이러면 간이식을 해야하며 그 비용은 더 올라간다. 그러니 윌슨병으로 진단되어 처방을 받았다면 반드시 의사와 약사의 지시에 따르자. 약효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까지에는 최장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계속 복용하자.

식이요법으로는 저구리식단과 아연이 풍부한 음식이 강력히 권장되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일일 구리 총 섭취량을 1.0~2.0mg 정도로 제한하게 된다. 구리가 많이 함유된 음식(예를 들어 버섯, 토마토, 바나나, 견과류, 초콜릿, 말린 채소 등)의 섭취를 하지 않거나 크게 줄이는 것으로 완화할 수 있다.

만일 치료법으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거나 급성 간염이 발생할 경우 간 이식을 통해 완치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 면역억제제 복용도 해야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