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에 대하여

아사에 대하여

 

호모 사피엔스 같은 대형 포유류는 하루에 최소한 1천 칼로리 이상을 섭취하고 이를 소화시켜 에너지를 공급하여야 세포 조직과 기관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신체는 주기적으로 허기지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오랫동안 공급이 없으면 체내의 지방, 근육 등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한계에 달하면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신체의 기능이 조금씩 약화되다가 이윽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까지 기능을 잃게 된다. 이와 동시에 면역력과 체온, 호르몬 분비 등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사라지면서 감염과 질병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극심한 기아 상태가 계속되면 병사하거나 다발성 장기 부전및 혈류량 쇼크로 사망한다. 이렇게 외부에서 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굶주려 죽는 것을 아사라고 한다.

 

아사의 역사

 

고대 이래로 전쟁이나 흉년, 기근이 한 번 발생하면 사람들이 떼거지로 아사하기 십상이었다. 특히 한국사에서 가장 악랄했던 경신대기근은 그 피해와 여파가 상당했다. 아무리 수명이 짧고 젊은 나이에 병사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였다고는 하나, 면역력이 강한 개체는 일정 비율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웬만해선 병사로는 안 죽을 건강한 사람들을 죽여서 인구 수가 감소한 중대한 원인이 아사나 다름없다. 특히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열량 소모가 빠른 사람들일수록 아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인구 성장의 중대한 동력원인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죽었다. 근현대사에서도 일본의 수탈로 인한 동아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같은 대기근 사태 등 끔찍한 비극들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아사자가 속출한 비극이 있었다. 지금도 사회의 안전제도와 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아사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녹색 혁명 이후 인류가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할 정도로 곡물이 넘쳐 나는 상황인 현대에는 없어야 하는게 정상이나 현재의 곡식들은 가축들이 차지하는 몫도 상당하고, 농부가 오로지 남들을 먹이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식량 분배도 매우 불균등하여 오늘날에도 지구상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사실 아주 많다. 굶어 죽는 정도는 아니라도 충분한 영양을 못 섭취하는 사람은 지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북한 같은 후진국뿐 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 이것 때문에 과학 기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거라는 주장이나 경제성장이 다 해결하리라는 주장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잉여 생산물로만 따지면 확실히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게 맞지만 분배 과정의 문제로 굶어 죽는 사례는 근절되지 않는다.

 

아사의 특징

 

어쩌면 사람이 겪는 죽음 중 가장 끔찍할 수 있다. 장기간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중 수기 같은 것을 보면 그 어떤 고문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이 굶주림이라는 증언이 종종 나온다. 고통스러운 죽음에는 여럿이 있지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오래 가지 못하며,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려고 오랫동안 죽지 못하게 하는 고문/잔혹한 처형을 하려고 들어도 웬만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사람은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음식을 안 먹고 3주~4주까지 버틸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다. 물론 상술했다시피 대부분은 이 단계까지 가기 전에 장기의 손상이나 면역력 저하로 병사한다.

그리고 일부러 단식 투쟁 같은 걸 하는 게 아닌 이상 그 기간동안 “나 굶어죽겠소”하는 게 아니니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데, 먹을 게 없으면 음식이 아닌 것을 먹기도 한다. 개미나 지렁이 같은 벌레와 초근목피(풀뿌리와 나무껍질) 같은 것은 기본이요, 심지어는 흙까지 먹고(먹을 수 있는 흙도 있어서 먹었다고),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는 인육까지 먹게 되는데 과거에는 대흉년 + 오랑캐 침입 + 기타 전쟁까지 겹치면, 차마 자기 자식은 못 먹으니 이웃과 자식을 바꿔 먹기도 했다. 즉 사람이라는 존재가 단지 생존만을 위한 짐승으로 변해가며 죽는다. 다른 죽음과 달리 고통 뿐만 아니라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극한을 볼 수 있어 정말 무섭다. 옛말에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아사한 시체는 산속에서 어딘가에 기댄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풀뿌리라도 먹기 위해 산속에 들어간 후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체력이 떨어져 잠시 앉아서 쉬다가 일어날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고 아사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굶은 사람이 갑자기 음식을 먹으면 내장에 무리가 가서 토사곽란을 일으키며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수액으로 응급처치를 시행 한 뒤 매우 묽은 응이 같은 것부터 먹여야하며 전통적으로 국가단위로 구휼을 진행했을때 묽은죽부터 먹여서 기운을 차리게 만들어야된다는 말이 상식이었다. 소설 운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련군에 의해 수용소가 해방된 후, 수용소 총반장이 “영양이 풍부한 쇠고기 수프를 준비할 것이니 늦어도 자정까지는 잠들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감자들의 영양 상태가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용소를 해방시켰을때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부 소련군이나 연합군 장병들이 수감자들에게 고기스튜와 소시지같은 기름진 음식이나 초콜릿 같은 간식류를 수감자들에게 나눠줬다가 수감자들이 소화를 못시켜서 사망한 사례가 있으며 과거에도 신강일대로 간신히 온 칼미크족이 오랜만에 고기를 먹다가 소화되지 않아서 고생한 보람도 없이 죽는 이가 속출했다는 등의 일화를 볼때 고대부터 은근히 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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