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저림에 대하여

손발저림에 대하여

 

손발저림(numbness)는 의학적으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손과 발이 쩌릿쩌릿하고, 움직이면 간지러움이나 통증을 수반하는 현상을 통칭하는 증상이다. 어떤 사람은 감각이 분명하지 않고 멍한 상태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는 무언가에 오랫동안 팔이나 다리가 눌려있었거나 좋지 않은 자세를 유지했을 때 일어나는 편이다. 팔베개나 무릎베개, 정좌를 오래 유지하면 종종 팔다리가 저릿저릿하고 건드리면 매우 아프게 느껴진다. 문제가 된 자세를 풀고 가만히 내버려두거나 아파도 살살 주물러주면 풀어진다. 이하는 병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저림에 대한 내용이다.

손 혹은 손발이 저리면 흔히 혈액의 문제나 뇌졸중(중풍)의 초기 증상을 떠올리면서 걱정하면서 병원에 찾아온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의학 상식이며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 저림은 매우 드물다. 말초혈액순환장애는 저림보다는 통증이 흔한 증상이며, 손 특히 손가락 끝이 차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끝이 하얗게 되는 레이노이드 현상(Raynaud phenomenon)이 나타난다. 또한 팔목 부위 맥박이 약해지며 결정적으로 실제로는 매우 드문 병이다.

대부분 손 저림 혹은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의 이상 때문에 생긴다. 손만 저릴 수도 있고 발 혹은 발과 손이 동시에 저릴 수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말초신경의 이상 때문에 생기지만 서로 다른 병이며 치료 역시 전혀 다르다. 손만 저린 경우(손 저림)는 국소적인 말초신경병 때문에 발생하는 수근관 증후군이 대표적이며 발과 손이 저린 경우(손, 발 저림)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인을 찾는 검사를 하여 반드시 원인을 확실히 감별해야 한다.

 

손발저림의 종류

 

1. 말초신경병증

우리 몸의 신경은 뇌와 척수로 이어지는 중추 신경계과 중추로부터 명령을 받아서 운동이나 감각기에 신호를 전달하는 말초 신경계가 있다. 만약 말초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이러한 감각 이상이 생겨 손발저림, 통증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초신경병증은 크게 다발신경병증(polyneuropathy), 단신경병증(mononeuropathy), 다발성 단신경병증(mononeuropathymultiplex)으로 나눈다.
  • 다발신경병증(polyneuropathy) – 다발신경병증은 다수의 말초신경이 대칭적으로 손상을 받는 것으로 알코올, 마약 등의 약물이나 대사성 질환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임상적으로는 본드하거나 약하는 애들, 혹은 알코올 중독 환자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모두 손상되는 것이 보통이고 자율신경의 손상도 동반될 수 있다. 당연히 중한 증세로 나타나고 치료 방법도 쉽지 않다. 게다가 땀분비, 위장 운동 등을 관장하는 자율신경 또한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다. 길랑 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독성 말초신경병증, 대사성 말초신경병증(예, 당뇨병), 그리고 악성질환이나 아밀로이드증, 다발성 골수증 등이 있다.
  • 단신경병증(mononeuropathy) – 한 개의 말초신경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대개 운동과 감각신경에 모두에 장애를 유발한다. 한 개의 신경의 이상도 단신경병증에 해당된다. 외상이나 신경이 주변 구조물에 염증 등으로 인해 잡혀있는 포착 같은 국소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며 수근관 증후군이 대표적인 예이다.
  • 다발성 단신경병증(mononeuropathymultiplex) – 비대칭적으로 몇 개(2개 이상)의 신경 손상으로 나타나며 교원성 질환에 의한 혈관염성 신경병증이 대표적이다. 여러 신경 장애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주로 당뇨병, 혈관염(결절다발동맥)에 의해 발생하고,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lupus)에서도 볼 수 있다.

 

2. 수근관 증후군

손저림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원인이다. 흔한 과사용 질환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많이 쓰는 사무직에 흔하며 미용사등 가위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도 호발한다. 밤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도 심하다. 손을 털면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증상이 심하면 통증이 팔 어깨 부위까지 퍼지기도 한다.

3. 신경근병증

신경근이라는 말은 우리 몸에서 메인보드 역할을 하는 척수에서 말단으로 뻗어나가는 신경다발을 일컫는 것이다. 이 신경근(nerve root)가 척추 구멍을 지날 때 손상을 흔히 받으며 경추부와 요추부에서 흔히 관찰되며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이 신경근병증(radiculopathy)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며 그 외 에도 척추 및 주위구조물의 손상을 줄수있는 강직성 척추염같은 염증성질환, 외상, 그리고 척추로 옮겨 붙은 종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신경근이 손상 받았을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신경근 지배영역의 피부절(dermatome)을 따라 나타나는 퍼지는 통증인 방사통이며, 각신경근의 지배를 갖는 해당 근육의 근력 약화 및 근위축, 그리고 해당 신경근의 심부 건반사의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면, 경추 6번 신경근병증은 1,2번째 손가락에 방사성 통증이 나타나고 경추 7번 신경근병증은 3번째 손가락(중지)에, 그리고 경추 8번 신경근병증은 4,5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난다.

4.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가장 흔한 형태는 앞에서 말한 다발성 말초신경 병증이다. 손과 발에 대칭적으로 감각신경장애가 주로 나타난다. 처음에 통증과 온도감각장애가 나타나고 후에 진동감각, 촉각, 관절위치감각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은 초기에는 발바닥이나 발가락 끝이 저리거나 무언가 붙어 있는 느낌이 들며, 대개 걸어 다닐 때는 증상이 호전되며 잠들기 전에 증상이 심해진다.
당뇨약을 잘 안먹고 성실히 치료에 임하지 않는 사람은 물론이고 치료를 잘 하는 사람도 질환 특성상 이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당뇨가 악마같은 질환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손발저림과 다르게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심각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기술한 저림의 원인 중 가장 심하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치료 방법은 당 조절을 잘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통증이나 저림이 잘 안낫기 때문에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답답하다. 당 조절을 잘 하고, 주사도 맞고 침도 맞고 물리치료 온열치료도 복합적으로 하면서 최대한 통증과 저림에 적응하도록 해보자. 그리고 안 낫는다고 의사 너무 원망하지 말자.

5. 요독성 신경병증

내과 레지던트를 했거나, 내과 병동에서 간호사 일을 했다면 이런 환자는 꼭 봤을 것이다. 왜냐 하면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약 70%에서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장병동에서 이런 환자들 노티에 고생좀 했을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양 발에서 시작하는 작열감이나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이상감각(하지불안증후군)을 보이며 경련이나 근연축이 발생한다. 투석을 하면 신경병증이 개선된다. 대개 이 증상도 밤에 호소해서 내과 인턴들이나 레지던트들이 고생을 꽤 많이 한다.

6. 약물에 의한 신경병증

약물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은 감각장애가 현저하게 나타나며 손을 떠는 경우(tremor)가 많다. 손에 힘이 없다거나 감각이 없다고 호소한다. 약물의 사용 용량과 관련이 있으며 오래 복용하거나 남용했을때 나타난다. 항결핵제, 혈압약(하이드랄라진), 항암제, 그리고 통풍약 등이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결핵약(Isoniazid)에 의한 신경병증은 치료를 시작한지 3주 이후에 주로 발생하며 초기 증상은 양 하지에 대칭적인 저린감, 불에 타는 듯하면서 쩌릿쩌릿한 증상(작열감) 등이다. 피리독신 대사에 장애를 일으켜 피리독신을 감소시킴으로써 말초신경에 손상을 주면서 발생하는데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핵약을 복용할때 비타민제도 같이 복용하도록 병원서 조치를 해줄 것이다.

7. 영양 부족 신경병증

비타민 B12 결핍증이나 티아민 부족이 있는 경우 손발에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관절반사 소실과 진동감각과 관절위치감각 소실 등이다. 한마디로 좀 창백하고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이런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성 신경병증은 알코올 자체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지만 과도한 음주에 따른 비타민 부족증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비타민 B12나 티아민을 다시 꾸준히 섭취해주면 치료 될 수 있다.

8. 뇌졸중

뇌졸중에 의한 손발저림은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운동장애, 말이 어눌해지는 발음장애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뇌간의 병변이나 소공성 뇌경색의 경우는 드물게 감각경로에만 국한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뇌간 병변 뇌졸중의 대표적인 것으로 외측연수증후군(Wallenberg syndrome)이 있다. 이는 손저림을 포함한 한쪽 팔 혹은 다리의 감각이상과 함께 반대측 안면부의 감각이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말초신경병증과는 다르다.
그러나 소공성뇌경색의 경우는 손이나 발의 저림만 나타날 수 있어 말초신경 병증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그 저림의 정도도 개인차가 있다. 또한, 소공성 뇌경색은 아예 증상이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손발이 저리다고 해서 무조건 뇌졸중이 아닌가 하면서 겁내지 말자.

9.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이란, 하지를 포함하는 전신에 이상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쉬거나 가만히 있으면 악화되고, 다리나 팔을 뻗거나 움직이면 호전되며, 저녁이나 밤에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질환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중년 이상에서 발병한다. 논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인 100명 중 8명 정도 이 질환을 호소한다고 한다. 실제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수면 자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으로서 철결핍성 빈혈이 있거나, 저장철 성분(ferritin)이 부족한 경우에 흔하게 나타난다. 생각보다 디게 짜증나는 질환으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치료는 도파민 길항제나 철분제, 혹은 정맥 투여 철분제로 호전 될 수 있다.
저림의 특징은 양발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감각 or 불에 지지는 듯한 감각(paraesthesia/dysaesthesia)이 생겨서 양 다리로 퍼진다. 이러한 불편감으로 인해 안정시에 다리가 의도하지 않게 움직이게 되지만 이는 걷자마자 사라진다.

10. 길랑 바레 증후군

길랑 바레 증후군은 급성 형태의 면역 매개성 다발신경병증(immune-mediated polyneuropathy)으로 소아마비(poliomyelitis)가 거의 사라진 현재 소아의 급성 이완성 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상기도 감염(감기, 비인두염, 폐렴)이나 장관 감염(장염)이 선행하며, 상대적으로 적게 호소하는 감각 증상(통증은 제외)을 동반하는 전반적인 근육 쇠약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은 하지에서 상지로 진행하나 1/3은 모든 사지가 동시에 침범될 수 있고, 약 10% 이상의 경우에서는 상지가 먼저 침범될 수도 있다. 대개 다리가 저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힘이 빠지면서 잘 못 걷는다.

11. 암성 신경통

폐의 소세포암, 유방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과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다. 종종 암이 발현되기 수 개월에서 수년 전에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다리, 팔, 드물게 얼굴에 통증과 감각이상이 나타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통으로 수 개월 이상 고생하고, 가족력 중에 암 환자가 있다거나 암으로 인해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다면 단순 신경통이라고 넘기지 말고 암 발병이나 재발을 항상 의심해보자.

이외에도 감상선 기능 이상, 갱년기 질환, 과호흡 증후군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손발저림의 진단

 

손발저림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일반혈액검사(complete blood count), 혈당, 갑상샘기능검사, 비타민 B12, 엽산, 혈청 크레아티닌, 적혈구침강속도, 류머티즘인자, 항핵항체, 흉부X선 촬영 등을 검사하는 것이 좋으며, 의심이 되는 경우는 종양을 찾기 위한 CT나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단순 말초신경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기 기술한 원인들도 배제진단을 해야 하므로 괜히 병원이나 의사가 돈 벌려고 온갖 검사를 남발한다고 욕하지 말자. 그리고 말초신경장애로 인한 저림이라면 추가로 신경전도검사(NCV)나 근전도검사(EMG)를 통해 정확한 신경 병소 부위를 찾는 진단 과정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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