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두하는 독감(인플루엔자)에 대하여 알아보자
대중적으로는 ‘독한 감기’라는 의미의 독감(毒感)이란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플루엔자를 흔히 감기로 표현되는 질병과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여 학술적 ‘독감’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대중성과 정확성 모두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독감과 영어 명칭인 플루, 인플루엔자란 표현이 섞어 쓰이고 있다. 이렇게 섞어 사용하는 것 때문에 약간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인플루엔자와 독감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인플루엔자를 ‘급성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는 고전적인 한자어로서의 ‘감기(感氣)’로 보고 독감이라 부르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감기라는 단어는 이미 급성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는 의미의 일반 명사에서 라이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커먼 콜드(common cold)’를 뜻하는 가벼운 질병의 고유명사가 됐기 때문에 그 위험성의 차이로 ‘단순 감기’와 ‘인플루엔자’를 구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즉, 최근 대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19도 분류상으로는 독감이 아니라 그낭 감기다.
이 ‘독감’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감기는 그저 몸 따뜻하게 하고 밥 잘 먹으면 나으니 독감도 매한가지 아닌가?’ 라는 안일한 인식이 퍼져 독감 예방 접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감은 절대 가볍게 여길 질병이 아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그 자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한 합병증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감기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한 질병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한 해에도 무수히 많다. 백신과 타미플루라는 표적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최소 수만에서 최대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한다.
대중들이 인플루엔자를 ‘조금 심한 감기’로 오인함으로써 전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치료 시기에 늦는 경우가 종종 있다. 뉴스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나 공공장소에서 인플루엔자 증상이 (특히 학교, 직장 내에서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시기에 눈에 띄게 조퇴율이 증가한다.) 자주 보일 때 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인플루엔자에 걸려도 그냥 단순 감기라고 여기고 가정 내에서 컵이나 그릇을 공용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으니,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개인 용품을 사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여야 한다.
인플루엔자의 증상
증상 자체는 기침, 인후통, 콧물, 가래 등 일반적인 감기에서도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증상이지만, 그 정도가 훨씬 심하거나 오래가며 그 외에도 두통, 땀, 오한, 38.5도 이상의 고열, 현기증, 전신 통증, 식욕 부진, 소화 불량, 후각과 미각의 이상 등이 나타난다. 또한 호흡기 증상, 구토나 설사도 일어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체적인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나 그 강도와 기간이 엄청나다.
인플루엔자를 일반적인 감기처럼 보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중환자실에 실려가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한동안은 큰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편두통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두통과 함께 전신에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고 기침을 많이 하게 되면서 목구멍과 복근도 끊어질 듯 아프다. 또한 평소 통상의 감기나 뇌수막염 등으로 40도 이상의 고열을 경험해본 사람도 인플루엔자에 의한 고열은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을 준다.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감기에 좀 걸려도 약 먹고 버티면서 일상 활동을 하는 것이 되지만, 인플루엔자는 제대로 걸렸다 하면 그런 거 없다.
젊은 사람들도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정말 그로기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못한다. 심지어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갔더니 인플루엔자로 확진받으면 납득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이 존재한다. 돌파감염도 많이 존재하는데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증이라면 백신의 면역 작용이 어느 정도 작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면 컨디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완치되어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데 1주-2주 정도 봐줘야 한다.
신체가 건강하여 면역력이 정상인 경우 증상만 앓고 난 후 대부분 자연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폐렴, 중이염 등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임산부, 영유아,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질환자는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의 위험성
인플루엔자는 너무나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존재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험치가 누적되어 있을 정도이며, 과학/기술적 이해 수준도 잘 발달해서 인류에게 있어 인플루엔자 보다 잘 이해된 질병이 없을 정도이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로 인해 주기적으로 백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빼면 별다른 변칙적 특성이 전혀 없는 질병이다. 얼마나 뻔한지 매년 통계적 분석으로 그 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종류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고 그에 기반해 예방 접종을 매년 갱신하고 있을 만큼 인플루엔자는 인류에게 너무나 익숙한 질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매 년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연례 행사로 찍어내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이기에 매번 변화하며, 전염성이 뛰어나고 인체 전체를 골고루 패는 돌직구식 증상으로 치명성을 보인다는 이 세 가지 특성만으로,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죽이며 번성하고 있다.
악명 높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나, 에볼라 출혈열, 홍역도 인플루엔자보다는 실질적 위험성이 낮다. 홍역은 공기 전파로 감염될 수 있는 무서운 전염성을 갖추고 있으나 백신으로 거의 박멸되다시피 했고, HIV나 에볼라는 높은 위험성을 가졌고 치료도 어렵긴 하나 전염성 자체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인플루엔자를 뛰어넘는 전염성과 치명률을 가진 전염병 중에는 코로나 19의 경우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너무나 익숙한 병이기에 바이러스성 질병 중에선 드물게 백신도 있고, 특효약 수준의 치료제도 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인류의 대 전염병 최강 대책이 모두 등장했는데도 인플루엔자를 극복하지 못해 매년 10억여 명이 감염되어 그중 30 ~ 50만 명이 사망하며, 보너스로 인간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가축들도 죽어나가고 있다.
독감이란 이름 때문에 좀 심한 감기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위에서도 썼듯이 일반적인 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류 역사상 단일 질병으로는 천연두를 제외하면 인플루엔자보다 많은 이를 죽인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연두는 박멸되었지만 인플루엔자는 엔데믹(영원한 준 팬데믹)이기 때문에, 이대로 사망자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고 유지된다면 50년 내로 천연두 누적 사망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자 최고의 무기는 바이러스 중 최고 수준의 전염성과 인간들의 대처를 무효로 만들어 버리는 빠른 변이, 그리고 사람들의 인플루엔자에 대한 익숙함이다. 숙주의 기침 몇 번으로 비말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명은 우습게 감염시키고, 수백 종의 변종들이 매년 돌아가며 찾아오기 때문에 백신을 매번 새로 만들고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방어하지 못하게 한다. 최고의 치사율을 가진 건 아니지만, 결코 무시하긴 어려운 치사율에 극강의 전염성이 더해진 것이 인플루엔자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질병에 대한 이미지와 익숙함. 보통 걸려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약 좀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하기에 안일하게 대처하게 된다. ‘걸리면 약 좀 먹고 쉬지’하는 생각에 예방을 등한시하며,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괜찮아 지면 여전히 바이러스 섞인 타액을 기침을 통해 사방팔방 퍼트리는데도 불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인플루엔자에 대항하는 백신
인플루엔자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가 잦으므로 백신을 만들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인류의 끝없는 인플루엔자 예방 노력 덕에 어느 정도의 대책이 마련되어 지금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으로 발전했다. 계절성 독감 접종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매년 제조하는 백신이 바뀐다.
인플루엔자의 유형 분류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인플루엔자의 표면 단백질을 기준으로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인플루엔자의 표면 단백질중 HA란 놈을 골라 달라붙는 항체의 생성을 유도하는데, 이 HA란 놈은 세포막의 표면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데 쓰이는 놈이며 침투 후 인플루엔자의 RNA를 방출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는 경우, HA에 항체들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아무 일도 못 하는 잉여로 만들어 바이러스가 세포들을 건들고 다니지 못하게 억제하게 된다.
이 표면단백질에 따라 바이러스 유형을 분류하여 매 유행마다 쌓여온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어느 유형의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릴지 꼽아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독감백신이 매년 바뀌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렇게라도 하기 때문에 인류의 소중한 목숨을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방 접종은 개인의 목숨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타인의 목숨을 지켜주기도 한다.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이 접종되어 있으면 집단 면역이 성립하여 질병이 퍼지게 되지 않게 되는데, 예방 접종의 궁극적인 의미가 바로 이 집단 면역의 생성에 있다. 그리고 집단 면역은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호할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대체 백신이 있다면 그거라도 접종 받겠지만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일교차가 심해져서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혹시 인플루엔자에 발병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충분한 대비를 갖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