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에 대하여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주로 안압 상승에 의해 시신경(optic nerve)이 서서히 만성적으로 손상되어 시야 결손이 생기는 질환.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안압은 10mmHg ~ 21mmHg 정도가 정상 수치이며, 그 이상이 되면 뒤쪽으로 전해진 안압에 의해 시신경이 눌리고 허혈(ischemia)이 발생하면서 녹내장으로 발전한다.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안압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질 경우, 안압이 정상이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역학연구에서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환자, 즉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의 비중이 서양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의 원인
질환이 생기는 이유는 대개 방수 배출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 방수는 눈에 영양 공급과 세균 세척을 위해 있는 물질인데, 이 때문에 지방질이나 단백질, 세균 등이 많아서 방수를 통과하게 하는 막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방수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의 경우는 현재 의학계에서도 일단 안압을 더 떨어뜨리면 시신경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대처법만 알 뿐 확실한 발병 원인은 모른다.
녹내장의 증상
주 증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로 주변부 시야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데, 점점 진행되면 운전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고 위험이 극도로 올라가고 진행될수록 일상 생활조차 심각하게 불편해진다.
녹내장으로 인한 결과인 시야 결손, 시력 감소도 단순히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것이겠느니 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쉽다. 결국 잘 안 보여서 안과에 내방할 때는 이미 늦었다. 주 증상으로 언급된 피로, 안구 건조증, 충혈 등이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흔하디 흔한 증상임을 잊으면 안 된다. 아예 증상을 모르고 살다가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의심될 만한 증상이 있으면 안과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는 안압검사 하나만으로는 녹내장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부터 유난히 밤눈이 어두워 야맹증인가 의심하던 사람이 결혼 후 부인은 보이는 물건이 심야에 잘 안 보인다고 이상히 여기다가 30대 후반에 정상안압 녹내장을 진단 받은 경우도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될 만한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부가하면, 목욕탕을 다녀온 것처럼 눈이 지끈지끈거릴 때 현기증과 비슷한 상태와 신체적으로 무력해져 누워있고 싶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눈 주변으로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풀리기 시작하는 이때에는 마치 밝은 태양이나 할로겐등 같은 빛을 보고 다른 곳을 보면 일부분이 안 보이는 섬광 효과처럼 검거나 밝게 남는 잔상이 남는 증상을 나타낸다. 특히나 앉아있을 때 주로 발생되기도 한다.
사실 자각 증상이 없는 이유는 눈의 맹점을 평소에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을 뇌가 시각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토대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로 채워넣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낄 정도는 거의 50% 이상 시각을 잃은 정도가 되는 것이고, 작은 결손의 경우에는 완전 정상 시야와 같이 느껴지므로, 눈 중앙의 시신경이 기능을 잃지 않는 이상 시야 결손이 거의 없는 초기에는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좁아짐을 자각할 수 없다.
게다가 문제는 눈 중앙의 시신경은 가장 나중에 손상을 입게 된다. 식사할 때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잔이나 와인잔을 건드려 자주 넘어뜨리거나, 멀리서 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피한다고 의식했지만 막상 옆을 지나갈 때에는 어깨를 부딪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건망증으로 와인잔을 그곳에 두었던 것을 잊어서 주의력이 부족해 실수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와인잔을 건드려 넘어뜨린 것이다. 즉 눈에 평소에 인식할 수 없는 맹점이 여러 곳에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녹내장에 대한 대처법
녹내장을 포함하여 신경이 손상되는 모든 질병은 회복, 치료라는 개념이 없다. 신경세포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내장의 치료는 남아있는 시신경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시력 손실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개 녹내장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시야 결손이 진행됨에 따라 말기에는 실명에 이르리라는 공포에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명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은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본인의 노력과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관리만 잘 하면 실명에 이를 확률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즉, 녹내장은 실명하는 질환이 아니라 관리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환자의 10명 중 9명은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녹내장은 시야 자체의 결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어지간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그 진행을 눈치채거나 심각성을 깨닫기 힘들기 때문.
경증인 경우는 하루에 1~2회 넣는 안약으로도 관리 가능하나, 시야 손실이 심해질수록 2~3가지 혹은 그 이상의 약을 사용하게 된다.
안압 조절이 필요한 녹내장의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 안압이 조절된다면 수술을 굳이 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해서라도 안압을 낮춰야 한다. 수술할 때는 방수 배출부에 구멍을 크게 만드는 방법이 주로 쓰이지만, 역시 노폐물이 쌓이면 다시 막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이 어려워 잘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게다가 수술을 하더라도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과 같이 시야의 회복을 바라는 환자들과 자주 마찰이 일어나는 병 중 하나이다. 이는 약물 처방에서도 마찬가지. 악화 방지라고 말은 듣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야가 더 줄어들었다고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서는 방수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수 배출 튜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플라스틱으로 했었지만 최근에는 콜라겐을 이용해서 하기도 하며, 기존보다 성공률이 2배 정도 된다는 듯.
영양제 및 식품으로는 차(신경보호), 비타민 C(신경보호), 오메가3(혈류개선), 은행잎 추출물 (혈류개선) 등이 유의미한 신경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