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랭-바레 증후군에 대하여

길랭-바레 증후군에 대하여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GBS)은 신경계, 특히 말초신경계에 손상을 주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병원에 “갑자기 다리에 마비가 왔어요” 하면서 응급실에 오거나, 신경과, 신경외과, 혹은 정형외과, 드물게 내과에 오는 질병이다. 주로 하반신 마비가 온다. 하반신 마비가 왔다면 의사들은 보통은 오른쪽이나 왼쪽 한쪽의 편마비가 오는 머리, 뇌보다는 척수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여 먼저 척수 쪽을 알아보려고 하다가, 다치지 않고 운동신경 마비가 되었다면 제일 먼저 의심하는 질병이 이 질병이다. 다만 마비라는 것이 팔다리 힘이 빠진다던가 밥을 먹다가 흘린다던가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 피곤이나 스트레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MRI로도 발견이 잘 되지 않아 방치되기 쉬운 병이다.

병력을 좀더 자세히 물어볼 때 처음에는 발끝부터 움직이기 어렵다가 점차 더 무릎 위까지 마비되고 더 올라가서 골반까지 움직이기 어렵다면, 거의 99% 이상의 확률로 이 질병이다. 정확한 의학적으로 흔히 쓰는 용어로는 진행성, 대칭성, 상행성 운동신경 마비이다. 단백-세포 해리와 함께 이 질환의 특징으로 가장 시험에 잘 나온다.

발병률은 연간 10만 명에서 5만 명당 1명이다. 인종, 국가, 기후, 성별 등과 거의 관련없이 고르게 발병한다. 그러나, 젊은 남성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아주 약간 더 발병률이 높다. 한 마디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19년에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718명 발생하여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38명이었다. 세부 종류별로는 AIDP와 AMAN이 많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종류

 

종류에 따라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Acute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neuropathy, AIDP): 염증 때문에 운동 신경세포의 수초(myelin)가 벗겨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에게 발생한 특이한 마비 증상을 연구한 프랑스의 조르주 샤를 길랑과 장 알렉상드르 바레가 처음 체계적으로 기술해 명명하였다. 유럽 및 북미에서 발생하는 길랑-바레 증후군의 가장 흔한 형태이고, 아시아에서도 종종 보인다.
  • 급성 운동 축삭돌기 신경병증(Acute Motor Axonal Neuropathy, AMAN): 운동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부분이 직접적으로 항체에 의해 공격받아 손상을 받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유럽 및 북미에서는 흔하지 않은 형태이지만,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꽤 비중이 높아서 30~65%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 북부 지역, 일본, 멕시코에서는 길랑-바레 증후군 중 이 형태가 가장 흔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AMAN을 ‘중국인 마비 증후군'(Chinese paralysis syndrome)[1]이라 불렀다고 한다.
  • 급성 운동감각 축삭돌기 신경병증(Acute Motor and Sensory Axonal Neuropathy, AMSAN): 운동신경세포의 축삭돌기뿐만 아니라 감각신경세포의 축삭돌기마저 항체에 의해 공격받아 손상이 오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위의 급성 운동 축삭돌기 신경병증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더불어서 감각상실까지 나타난다.
  • 밀러-피셔 증후군(Miller-Fisher Syndrome, MFS) : 마비가 아래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시작한다.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임), 안면근육마비 등 증상이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에서 두 배 더 많이 발생하고, 봄에 주로 발생한다. 전체 길랑-바레 증후군 사례 중에서 밀러-피셔 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5~10%이다. 마비가 위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오는 특성상, 호흡기능저하가 올 확률이 위의 셋에 비해 좀 더 높다.
  • 순수한 감각성 길랑-바레 증후군(Pure Sensory Guillain-Barre Syndrome): ‘길랑-바레 증후군 중에서도 매우 드문 부류로,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단 10건 이하만 보고되었다. 오직 감각신경에만 손상을 주고 운동신경에는 손상을 주지 않는다. 위의 네 종류와는 달리, 감각신경에서 손상이 보이고 운동신경은 그대로여서 근육도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원인

 

가장 유력한 가설로 면역질환과 바이러스 설이 있다. 주로 바이러스나 마이코플라스마성 폐렴 및 장염이 발생한 후 길랑 바레 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 외 캄필로박터, 거대세포바이러스, 앱스타인-바 바이러스(헤르페스 4형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간염, HIV 및 호지킨 림프종, 루푸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질병과 관련이 깊다. 그러나 이들 병원체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게 워낙에 별의별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일례로 살모넬라균에으로 식중독을 앓은 이후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린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는 떠돌이 개에 물려 광견병 백신을 맞았다가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린 엄청 운이 없는(…) 사례도 있다. 특히 캄필로박터균의 경우 가장 흔한 위험인자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는 후술.

매우 드물지만 백신 접종 후 1백만 명당 1명꼴로 길랑-바레 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1976년 미국에서 H1N1형 돼지 독감 대유행 때, 500여 명이 백신 접종 후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입원했고 총 30명이 백신 접종 후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사망했다(치사율 약 6%). 그 때문에 1976년에 미국 전체 인구의 25%가 접종받은 시점에서 백신 접종이 한 달간 전면 중단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임플루엔자 범유행 때 예방접종을 받은 당시 경기도에 거주했던 16세 남자 1명이 길랑-바레 증후군 의심징후를 보여 질병관리본부로 보고 및 발표된 바 있다. 길랑 바레 증후군을 일으킬 확률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백신으로는, 인플루엔자 백신, 파상풍 백신, 광견병 백신, 뇌수막염 백신, B형 간염 백신, 코로나 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이 있다. 현재로서는 접종자 수가 분석하기에는 충분치 않아서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소한 수억에서 수십억 명 이상의 접종데이터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발생 메커니즘에 대하여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분자모방설(molecular mimicry)이 꼽힌다. 분자모방설이란, 일부 바이러스 및 세균(ex. 캄필로박터균)의 외피의 분자 구조가 신경세포의 수초(myelin)의 구조와 유사해서 면역계가 착각을 일으켜 병원체가 아닌 수초를 공격해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이는 다발경화증과 같은 몇몇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여럿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캄필로박터균에 감염될 경우 감염자 1천 명당 1명꼴로 길랑 바레 증후군이 발생한다.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무려 100배나 높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연간 130만 명이 캄필로박터균에 감염된다고 추측하는데, 이로 보면 캄필로박터로 인한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 수의 기댓값은 미국에서만 연간 1300명이다. CD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3천-6천 명이 길랑-바레 증후군을 앓는데, 1300명이면 연간 발생례의 2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캄필로박터균 감염은 길랑-바레 증후군의 중요한 위험인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2019년 12월 1일 처음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일으키는 원인병원체 SARS-CoV-2가 길랑-바레 증후군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사례보고가 올라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증상

 

가장 초기 증상은 며칠간 손 및 발에서 저림이나 따끔거림이 반복적(때로는 지속적)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타나는 다음 증상이 마비이다. 보통 마비는 상행성, 즉 발에서 시작하여 점차 위로 올라가는 운동성 마비가 60%를 차지하고, 30%는 사지에서 동시에 마비가 시작되며, 10%는 하행성 마비이다. 마비는 보통 2주 이내에 최대가 되는 경우가 많고, 3주 이내에 90%가 마비가 최대에 이른다. 그러나 환자의 20%는 마비 증상이 4주에 걸쳐 올라간다.

특이하게 뇌에는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이 병은 일반적으로 진행성이면서 대칭적이다. 즉 양쪽에 다 증상이 나타난다. 양쪽에 다 증상이 생긴다는 의미는 이 질병이 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문제임을 의미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양쪽 다리에 동일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즉 다칠 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다치면 보통 한쪽 다리만 다치거나, 양쪽 다리를 다 다쳐도 다친 정도는 다르다. 즉 의사들은 이러한 대칭적인, 양쪽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보통은 전신적인 질환을 의심하고 찾으려고 한다.

환자의 8%는 며칠에 걸쳐 약하면 가벼운 감각 이상에 그치지만, 30~50% 비율로 횡격막까지 침범해 호흡마비, 사지 마비까지 이른다. 또한 드물게 자율신경 실조 증상이 생긴다. 고혈압, 저혈압, 땀 조절 불능 등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부정맥 등이 올 수 있다. 특히 조기흥분증후군을 가지고 있는데 길랑-바레 증후군이 오면 부정맥이 올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높다. 만약 마비가 위에서 시작할 때에는 연하곤란, 시력 이상(가장 흔한 것이 복시), 안면마비 등의 증상이 생기고 팔, 다리의 통증도 생긴다. 이때, 이러한 경우는 밀러-피셔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길랑-바레 증후군의 한 부류이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유럽 및 북미보다는 아시아에서 좀 더 흔하다.

최근 들어서는 2006년에 보고된 사례처럼 비대칭 길랑 바레 증후군(Asymmetric Guillain-Barre syndrome)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한쪽이 먼저 마비가 되고 시간이 지나 다른쪽도 마비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보고로, ‘백만분의 1’이라는 책이 있다(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승수 교수[발병 당시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의 투병기).

영국 BBC에서 이 병에 걸려 온 몸이 마비된 환자(테리 뉴버리[Terry Newbury], 취재 당시 31세)를 취재했다. 무려 한 달 넘게 말은커녕 눈도 뜨지도 못하는 상태로 몸 속에 완전히 갇혀 지내다가 30일 이후에 눈을 약간 뜨는 것을 시작으로 증세가 천천히 완화되어 88일 만에 입이 트였고, 97일 이후에야 겨우 중환자실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2016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유럽연합 기준으로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1만 5060유로, 한국 돈으로 약 2083만 원이었다. 한국에서도 비보험 포함하면 치료비가 대략 비슷하게 나온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대처법

 

보통 CT, MRI 등을 찍으면 정상으로 나온다. 이러한 정상인 소견과 함께 뇌척수액 검사에서 특이한 소견이 나온다. 단백-세포 분리, 단백-세포 해리, 혹은 알부민-세포 분리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가 하면 뇌의 질병이 있는 경우, 뇌척수액에서 단백질이 증가하면 보통은 세포도 검사에서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길랑-바레 증후군은 단백질은 증가하는데 세포는 검출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나머지는 정상인데 단백질만 100~1000 사이 값을 보인다. 또 항체를 확인하여 확진할 수도 있다. 요추 천자(lumbar puncture)에 단백질의 수치가 증가할 수 있으나 그외 특징적인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기 진단법(electrodiagnostic studies)을 통해 특징적인 운동 신경의 전도속도(conduction velocity)의 저하가 나타난다. 임상적인 증상과 요추 천차, 그리고 전기 진단법을 통해 길랑 바레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 후 1-3주 안에 차도가 보일 경우에는 예후가 상당히 좋다. 하지만 6주 이상 증상에 차도가 없을 경우, 자율신경계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호흡 기관에 마비가 발생해 급성호흡부전(respiratory failure)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5% 이상 나타난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한다.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요 치료는 정맥 면역글로불린(Intravenous Immunoglobulin; IVIG) 주사 및 혈장분리교환법(Plasmapheresis)로, 둘 모두 같은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치료가 더 간단한 IVIG 주사요법이 사용된다. IVIG의 경우에는 1g/kg 농도로 이틀간 주사하거나, 아니면 0.4g/kg 농도로 닷새간 주사한다. 일반적으로는 5일간 주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스테로이드 사용은 금지된다. 면역글로불린 치료는 발병 2주 이내, 혈장불리교환법은 발병 4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회복 속도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좀 더 빨라진다.

길랑 바레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급성호흡부전을 예방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폐기능검사(pulmonary function test)를 통해 환자의 폐를 모니터링 하며, 호흡부전이 의심될 경우 지체없이 기계 환기(mechanical ventilation)을 통해 환자의 호흡을 돕게 된다. 또한 호흡 곤란으로 사망하지 않게 하지 위해 호흡 곤란이 오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혹은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자연 회복을 기다린다. 환자 중 약 25~45%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이때 지속적인 호흡 기능 저하가 보이면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여 기관 튜브를 통해 호흡하게 한다. 이런 경우 정기적으로 석션(suction)을 시행해야 한다. 기관지에서의 분비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보통 좋아지는 경우 회복은 빠르면 두 달, 느리면 1년 반이다. 하여튼 회복이 느릴수록 예후는 좋지 않다. 2~5%는 전혀 회복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 과정에서 오랫동안 누워 있으므로 욕창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옆으로 뉘어주어야 한다. 또한 움직이지 못하는 기간이 기므로, 필요에 따라 항응고제(anticoagulant: blood thinner, 예를 들면 헤파린)를 투여하기도 한다. 감기가 온다면 NSAID를 투여한다.

또한 완치가 되어도, 3% 정도는 다시 길랑-바레 증후군이 재발한다. 즉, 정상인이라면 발병률이 10만~5만 명당 1명이었다면, 이미 길랑-바레 증후군을 앓은 사람일 경우 그것이 재발할 확률은 완치자 100명당 3명이다. 최초 발병시보다 심하지는 않다는 것은 풍문일 뿐 악화된 케이스도 많다.

만약 다음과 같은 증상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즉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이건 최악의 경우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증상이다. 한국은 산정특례제도가 있어 본인부담의 10%만 내면 된다. 단, 심한 정도에 따라 면역글로불린 약물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약물은 보험이 불가능하니 주의해야 한다.
의증이 아닌 확증이고 마비가 심하게 온 경우에 한해서는 보험적용
  • 마비가 발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위로 올라갈 경우
  • 마비가 급속도로 퍼질 경우
  • 복시 현상 또는 시력 저하를 동반하고, 마비가 위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갈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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