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대하여

감기에 대하여

 

감기, 곧 커먼 콜드(common cold)는 주로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상기도 감염병의 총칭으로, 염증 반응에 따라 기침, 인후통, 두통, 콧물, 코막힘 등을 유발한다.

감기는 인간이 앓는 가장 흔한 형태의 호흡기 질환 중 하나이다. 감기를 유발하는 병원체는 매우 변종이 많고, 현대인의 면역력으로 증상이 치명적이지 않고 회복이 비교적 쉬운데다 표적을 특정하기도 어려워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신체의 면역을 증강하여 완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할 때 부가적으로 증상 완화를 위해 제작된 감기약을 복용하는 정도(=대중요법)가 전부이다.

 

감기의 원인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각종 병원체가 호흡기 등의 점막을 통해 침입해 신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행성 독감 따위와 달리, 감기로 불리는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병원체 종류를 특정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감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만 해도 100여 종 이상이 존재한다.

감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종류로는 보카바이러스(Boca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파라인플루엔자(parainfluenza), 콕삭키 바이러스(coxsackie virus) 등이 있고,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주로 콧물 감기의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라이노바이러스)로 전체 감기 환자의 30~5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영어권에서 감기를 cold라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추위와 직결된 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다만 과거만 해도 학계에선 일반적 인식과 달리 추위에 대한 노출과 감기의 관계가 부정되어 왔다. 추위가 감기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기 때문.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감기와 추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가 제법 진행되었고, 추위가 면역 기능에 변화를 주어 체온이 떨어지면 보통 면역기도 감염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킨다는 추론과 추위가 감기를 포함한 급성 호흡기 감염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또한 많이 나오게 되었다. 즉, 추위가 감기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로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어쨌든 감기를 매개하는 생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만으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 감기 발병 여부는 바이러스 입자의 생존 확률이 크게 관여하는데, 2015년 1월 5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체 중 가장 흔한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는 저온 환경에서 좀 더 활발히 복제된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차가운 환경이란 거지 영하의 온도쯤 되어야 복제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참고로 호흡계의 상기도는 외기와의 접촉이 잦아 하기도보다 4~6도 낮은 약 32도 정도이다.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습기에 약한 편인데, 따라서 한국 기준으로 습한 여름보다는 건조한 겨울철에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된다. 또한 건조함으로 인해 코의 점막이 건조하게 되면 필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 경로로는 손에서 손으로(hand to hand transmission) 전염되는 경로가 가장 흔하다. 또한 감염자가 만진 기물을 만진 손으로 얼굴 등을 접촉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비말이나 공기 중으로도 전파가 되기도 한다.

감기는 매우 흔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라 가벼이 여길 수도 있겠지만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매우 저하된 이에게 위험한 질환일 수 있다. 한국 의사들이 감기에도 세균에 의한 염증을 완화시키는 항생제 처방을 남용한다고 오해받는(혹은 사실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2차적인 박테리아성 합병증 가능성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기우가 돼서 처음부터 경증인 환자에게 항생제 투여를 남발하는 몰지각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감기가 오래가거나 증상이 깊어져 다시 내원했을 경우에만 환자의 컨디션을 봐가면서 항생제를 쓴다.

전체적으로 증상은 일주일 정도 지속되며, 드물게 2주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감기가 2주 이상 오래간다 싶으면 다른 합병증으로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더운 여름날에도 걸리기가 쉽다.

 

감기의 증상

 

주로 기침, 두통, 미열, 콧물, 가래, 인후통, 얼굴과 기타 부위의 홍반 등이 주요 증상이다. 심할 경우 근육통과 고열 등 흔히 감기 몸살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수반될 수 있다.

옛날에는 합병증 때문에 감기에 몸져 누운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흔하게 걸리기는 해도 영양 및 수분 보충이 충분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가벼운 선에서 끝이 나는 편이다. 감기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언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길 정도.

대개는 감기의 증상이 한꺼번에 오기보다는 장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초기에는 가벼운 코감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홍반을 포함한 가벼운 발진과 두통, 경우에 따라서는 불면증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몸살 증상이 나타난 이후 호흡기 감염증이 나타나며 콧물과 함께 기침과 재채기가 시작된다. 말기에는 각 감염부의 고통은 줄어들지만 면역 체계가 병원체를 죽여 몸 밖으로 내쫒는 과정에서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며, 이때 나오는 콧물과 가래는 누렇거나, 아주 심하면 녹색에 가까운 색을 띠기도 한다. 파괴된 상기도 점막에서 격전을 치르고 장렬히 전사한 백혈구들의 사체와 함께 배출되는 것. 이후 기침이 잦아들고 가래가 맑아지며 증상이 서서히 사그라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아무리 빨라도 1~2주에 걸쳐 지속되므로 하루 푹 쉬었더니 다음 날 말끔히 나았다는 식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치유 과정 역시 스스로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서서히 진행된다.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서 나타나는 발열, 오한, 식욕 부진, 비염, 기침, 두통 등의 증상은 신체가 바이러스의 침입에 반응해 면역을 수행한 결과이다. 발열 증상과 함께 오한이 동반될 수 있는데 신체에 발열 증상이 일어날 때 시상하부의 뇌하수체가 체온 기준 값을 높여서 몸은 춥다고 느끼고, 근육이 떨리는 운동을 해 체온을 올리기 때문이다. 식욕 부진은 몸에 열이 있는 경우 몸에 쌓인 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되면 자율 신경계 조절이 잘되지 않아서 생긴다. 비염은 비만 세포의 과립 분비로 인해 생기며 호중구와 호산구 등의 백혈구를 유도하여 침입 주변의 세포에 손상을 입히면서 염증을 만성화시킨다. 또한 과립 분비로 콧물 등의 점액 방출이 늘어나는데 이러한 점액 내에는 항체의 하나인 IgA와 리소자임 등이 들어있다. 기침 역시 병원체를 내보내기 위한 점막상피세포 운동의 결과이고 두통은 혈관의 확장에 의한 결과다.

 

감기에 대한 대처법

 

사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소위 감기의 치료는 콧물이 나는 것을 줄여준다든지 두통을 완화해주는 대증요법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다시 말해서 감기약은 병원체 자체를 잡는 약이 아니다. 병원체와 싸우는 것은 전적으로 몸의 면역계가 한다. 감기약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심한 콧물, 오한, 두통, 기침 등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기약을 감기 치료제라고 생각하여 감기 예방 차원에서 미리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감기는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면역 체계에 의한 자연 치유를 통해서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종합 감기약이라고 시판되는 제품들은 모두 대증요법에 방점을 두고 있을 뿐 감기의 원인을 물리치는 효능을 가지지 않는다.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데에 그나마 좋은 방법이라면 보온이 되는 곳에서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분과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물을 하루 권장량 1.5L~2L(약 8컵) 섭취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이것은 모든 식사의 수분까지 다 따진 것으로, 실제 물만 따로 섭취할 때 요구되는 양은 그보다 적다. 하지만 충분한 수분 섭취는 언제나 중요하다.

인간이 살아오는데 수없이 걸리는 병답게 수많은 민간요법이 전해지는데, 서양에서는 환자에게 닭고기 수프나 오렌지 주스, 허브티 등을 챙겨주고, 동양에서는 주로 죽을 챙겨준다. 특히 서양에서는 닭고기 수프를 오래 전부터 선호해 왔다. 12세기의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민간요법. 중앙-동부 유럽에서는 날계란에 꿀과 따뜻한 우유를 섞어 만든 고골모골(Gogol-Mogol, Kogel mogel)을 먹는다. 달콤한 디저트이긴 하지만, 날계란에 있을 수 있는 살모넬라균 감염 우려 때문에 그렇게 추천할 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달걀 없이 따뜻한 우유에 꿀만 섞기도 한다.

일본의 민간요법으로는 황당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목에 파를 감거나, 항문에 꽂는 것이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한방약인 갈근탕을 감기에 많이 복용한다. 한국에서는 쌍화탕(‘쌍화’ 말고 ‘쌍화탕’)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데, 쌍화탕이 감기약이라기보다는 피로회복제에 가까운 성분인 반면 갈근탕은 보다 감기 증상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일반적인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가루로 된 약이 상비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쉽게 입수 가능하다. 다만 이 것도 대증요법의 일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술과 담배를 즐길 경우에는 술은 취하지 않을 만큼, 담배는 끊는 게 좋지만 끊기 힘들면 피우는 양이라도 줄여야 한다. 술과 담배는 인후 부위에 직접 자극을 주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감기 걸렸을 때 음주와 흡연은 면역을 저하시켜, 감기로 인해 목과 코 안에 세균 번식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만성 기관지염과 축농증과 같은 질병들의 합병증을 초래할 위험도 생긴다.

감기 치료에 대해 유명한 속담(?)으로, “감기는 병원에 다녀오면 7일 만에 낫고, 다녀오지 않으면 1주일 만에 낫는다.”가 있는데 근본적인 병원체를 잡기보다는 대증요법에 의한 치료만이 가능해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요법 없이도 자연 치료가 가능한 특성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때문에 초기 감기 증상의 경우 되도록 통원 치료를 꺼리다가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내원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경우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도 병원에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되지만,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감기 정도는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는 편이며 병원에 가도 아무 약도 처방해주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미국의 병원비가 가벼운 진료만 받아도 한국보다 많이 비싸게 나오며, 도심이 아닌 경우 병원의 위치가 너무 먼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못 가는 탓도 있다. 참고로 미국 질병예방관리 센터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체온이 38도 이상인 경우, 증상이 10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 증상이 심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에 병원에 가라고 권하고 있다. 대신 해외는 고작 “감기 때문에 그러냐”?라고 안 하고 일이나 학교를 쉬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초기에 병원을 가는 이유는 일을 나가야하니 증상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한 웃픈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고, 업무나 학업을 떠나 일반적으로 병원이 가까운 편이며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 지출에 큰 부담이 없다 보니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같은 기간이지만 좀 덜 고통스럽게 병을 이겨낼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간다고 보면 된다.

비타민C는 면역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문서 참고. 비타민으로 불리는 물질들이 으레 그렇듯 비타민B 등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귤이나 오렌지 등의 과일이나 아삭이 고추나 피망, 파프리카 등 채소를 일정량 이상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대식세포와 T세포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자유 라디칼을 이용한 감염세포 제거와 같은 포식활동이 증진된다. 물론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은 모두 면역계가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평소에 과일이나 채소를 자주 섭취한다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는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성질이 냉하다 하여 먹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영양학적으로 감기를 부추기는 음식은 없다. 한의학적인 해석으로 냉한 성질 때문에 감기에 안좋은 것이라면 마늘, 후추 등의 열이 있는 음식과 같이 먹어서 궁합을 맞출 수도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감기의 원인이라면 감기의 백신을 만들어 예방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감기 바이러스는 특정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종류가 매우 많고 바이러스의 특성상 돌연변이 역시 매우 빠르므로 백신을 만든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 또한 감기는 걸려도 대개는 그 증상이 심각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온전히 인체의 면역 체계만으로도 자연 치유가 될 정도로 가벼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백신을 만들 이유가 없다. 때문에 유행성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는 매년 예방 접종을 실시하지만, 감기는 무엇이 감기를 일으킬지 알 수 없으므로 예방 접종도 없다. 독감과 감기를 비슷한 질환으로 오인하여 독감 예방 접종이 감기도 예방 될 거라는 잘못된 상식도 꽤 많이 퍼져 있는데, 감기와 독감은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이므로 독감 예방 접종은 감기 예방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위의 치료 문단에도 써있듯이 감기의 치료법은 사실상 증상 완화가 목적이라, 걸리면 병원 가도 며칠간 고생하긴 마찬가지이므로 스스로 조심하여 애초에 걸리지 않도록 하자. 일단은 병원체의 감염에 의해 발병하므로 환자와는 가급적 접촉을 삼가는 게 좋으며,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 코 등을 접촉하여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또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기의 가장 큰 매개체는 콧물인데, 감기 환자가 콧물 묻은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물건 등을 만질 경우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일례로 신종플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등이 유행할 당시 사람들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도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위생에 신경쓰기 시작하자 감기 환자가 많이 줄었다.

추위 역시 감기의 간접적인 원인이고 실제 면역력을 떨어뜨리기에 간접적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체감적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오한이 오면 최대한 빨리 옷 등을 겹대입어 몸 특히 상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고 잘때 침낭 같은 걸 이용해도 좋다. 또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실내를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환기도 주기적으로 해주자.

충분한 수면 역시 중요하다. 적절한 수면은 육체의 피로를 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몸이 지나치게 피로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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